2011/08/04 13:43 쉼표인생
룸메이트 관찰기 ^-^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가장 기대가 된 부분은 기숙사 생활 그리고 룸메이트였다.
첫 날 아침부터 건드리기만 하면 뻥~ 터질 것만 같은 짐을 낑낑거리며 기숙사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10시였다. 초행길도 아니었건만, 짐이 너무 무거우니 짜증나는 마음에 돈 벌어서 어디다 쓰냐며 택시를 잡아탔는데...기차표값이 25000원, 택시값이 25000원이더라. 집에서 부산역까지 17000원, 오송역에서 학교까지 8000원...>.< 실컷 돈 벌어놓고, 아낀다고 궁상떠는 것도 별로지만, 열심히 벌어놓고는 교통비에 많이 쓰는 건 그것대로 또 언짢은 일이다. ㅋㅋㅋ
아무튼 기숙사에 도착했더니 정말 코딱지만한 방에 침대 2개, 책장 2개, 옷장 2개 이렇게 있다. 층마다 이런 방이 최소 15개인데, 화장실도 샤워실도 1층에 2개씩이라 참 난감하겠다 싶었다. 에어콘이 있는 쪽을 피해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다. 윤정언니한테 많은 조언을 듣긴 했는데, 짐 싸는 요령이 없어서 생각나는대로 가방에 다 집어넣은지라 풀고 정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걸렸다.
그 때 그녀가 나타났다. 이름표가 붙은 캐리어를 들고, 역시나 이름표가 붙은 우산을 들고 말이다. 키도 덩치도 나보다 조금 작아보이고, 어깨 넘어까지 오는 생머리, 짧게 자른 앞머리... 조금은 까다로울 것 같은 인상이었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인상이라 손을 슬쩍 봤더니 반지가 끼어있다. 교원대학교는 평균연령대가 높다더니 정말이구나 싶었다.
대학원 생활에 임하면서 몇 개의 다짐 아닌 다짐을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무던하게 지내자"였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내 주변의 상황을 의아해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언짢아하지도 않고... 나름 독특한 캐릭터인 듯 하지만, 뭐 나도 그다지 평범한 캐릭터는 아니니까... ^-^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새침하게 웃어주는 나의 룸메이트 *.*
94학번이면 서른 여섯인가? 아직 미혼이자 싱글, 반지는 부모님이 주신 것. 컴퓨터 배경화면은 조카 사진, 꼼꼼하게 싸 온 짐은 모두 부모님께서 해 주신 것, 심지어 이름표까지도... 하루에 가족이랑 하는 통화만 6~7통,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체크함. 내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친가족적인 인물~ 신선하군. 하지만... 이름표까지는.... ㅋㅋㅋ
생활을 함께 한다는 건 친구와는 조금 다른 맥락이다. 이 언니분.. 심하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따뜻한 물을 마시며 20분 정도 장을 다독인 뒤 화장실 볼일을 보고, 샤워를 하며, 꼼꼼하게 화장을 한다. 매일 아침 시트를 털고 방을 쓸고 닦는다. 7시 30분에 아침을 먹으러 간다. 우리 기숙사는 4층인데, 밥 먹고 바로 수업을 가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반드시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양치를 하고 수업을 들으러 다시 내려간다. ㅡ.ㅡ^ 오전 수업이 끝난 후에도 가방을 들고 밥을 먹기 싫다는 이유로 반드시 기숙사에 가서 짐을 내려놓은 뒤 식당 건물로 가서 밥을 먹고 다시 기숙사로 올라와 양치를 한 뒤 내려가 수업을 듣는 인문관으로 이동한다. 헉헉... 복잡하기도 하다.
나의 생활에 크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생활패턴을 맞추며 지내고 있긴 한데... 오르락 내리락이 꽤나 심해서 그냥 식당 앞에서 언니에게 연락을 한다. 밥 먹으러 내려오라고... 한번은 전화통화를 마치고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하니... 나를 못찾아서 그냥 밥 먹고 나왔다며 어색하게 웃는 언니를 만나기도....ㅡ.ㅡ;; 매 끼니 밥 먹을 때마다 급식을 못마땅해하고, 기숙사를 오르락 내리락 할 때마다 복도, 계단, 화장실, 샤워실의 청소 상태에 대한 지적을 하고, 수업을 들으러 갈 때는 이 곳의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정말 놀랍게도 무진장 규칙적이다.
무던하게 지내자고 절대 티내지 않긴 한데, 같은 이야기를 매번 듣는 것보다 더 고역스러운 것은 사실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다. 언니의 기상을 무시하고 늦잠을 자고 싶은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게 시트 털고 쓸고 닦고 빨래하고 난리도 아니다. ㅡ.ㅡ^ 다음주는 심지어 나는 오전 수업이 없는데...ㅠ.ㅠ 으허허헝....나의 인내심이 3주 끝까지 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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