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8. 16:02 카니발인생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
"줄곧 나는 하얀 어둠 속을 걸어왔어.
태양 아래서 걸어보는 게 내 유일한 소망이야."
태양 아래서 걸어보는 게 내 유일한 소망이야."
내가 책이나 영화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며 가장 큰 쾌감을 느낄 때는 작품 곳곳에 숨겨진 퍼즐 조각이 마침내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조금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퍼즐조각의 제 위치를 맞추는 데 기쁨을 느낀다기보다는 큰 그림을 구상한 채 눈에 띄지 않는 힌트들을 숨겨두는 작가에게 감탄하는 게 나를 즐겁게 한다. 이런 내가 추리소설을 즐겨 보지 않는다는 건 꽤 신기한 일이다. 그건 추리소설 특유의 패턴 때문인 것 같다. 난 한 편의 소설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나머지 작품들도 찾아 읽는 편인데, 반복되는 장치들을 독자를 쉽게 질리게 만든다.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두번째로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작가 이름을 모르고 읽었다 하더라도 소설의 1/3 정도 읽으면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낯익은 문장까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이야기의 흡입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틀동안 정신없이 읽어내려 갔다. 개인적으로 "악"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은 별로인데, 모든 사건이 하나의 "근원"에서 출발했다는 설정은 마음에 든다. 작품을 끌고 가는 인물들도 매력적인데, 하얀 달빛 아래를 안전하게 걸으며 자유자재로 가면을 바꿔 쓰는 "유키호"의 실체를 상상하는 건 즐거웠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가 11월 중순에 개봉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텔미썸싱>의 탓인지 손예진보다는 심은하가 더 어울릴 것 같았지만, 뭐.. 나쁘지 않은 캐스팅인 듯하다. 단지 건실한 이미지만 쌓아오던 고수가 어찌 "료"를 소화할 지 궁금하다는~ 소설의 분위기가 예전에 본 일본드라마 <하늘에서 내려오는 일억개의 별>이랑 닮아 있어서 기무라타쿠야가 조금 더 맞지 않을까 한다. 이야기를 꽤 각색한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뭐, 아무튼 11월의 기대작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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